살아서 죽는 길, 죽어서 사는 길

2018-07-02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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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길었던 명절이 끝나갑니다. 이번 명절에 남한산성을 보았습니다.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, 마음이 답답하고 묵직합니다. 원작자인 김훈 특유의 그 단단한 말투들이 마음을 붙잡고 놔주지를 않아 좀처럼 헤어 나오기가 힘들었습니다.

 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인조가 청나라의 칸에게 항복하는 순간이었습니다. 인조가 칸에게 삼배를 올리는 그 치욕의 순간, 백성을 위해 화친을 주장하였던 최명길(이병헌 분)은 인조의 삼배를 보면서 피눈물을 흘립니다. 끝까지 싸움을 주장하였던 김상헌(김윤석 분)은 그 순간 자기 집에서 칼로 자신의 목숨을 끊습니다. 한 사람은 자신이 주장한 대로 의로운 죽음을 죽었습니다. 한 사람은 자신이 주장한 대로 치욕스러운 삶을 견뎌냈습니다.

 젊은 시절이라면 의로운 죽음을 당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. 만약 혼자 사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선택해도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습니다. 그렇지만 그렇게 지도자가 자기 명분에 붙들려 죽는다면, 백성들은 어떻게 합니까? 지도자라면 그 삶이 치욕스러워도 백성들을 돌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, 그것이 지도자의 숙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. 그것이야말로 이땅에서 치욕스럽게 살아도, 마치 죽는 것 같아도, 그것이 죽어서 사는 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.

 밤잠을 이루지 못하면서 이런 생각을 합니다. 아, 이 땅의 나라들은 의지할 수 없다. 청인들 아픔이 없겠습니까? 중국인들 슬픔이 없겠습니까? 로마인들은요? ‘내 나라는 이땅에 속한 것이 아니다’ 는 주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. 우리가 속한 나라는 이 땅의 작은 나라이지만, 우리가 진정으로 마음을 두는 나라는 영원한 하나님 나라입니다. 전쟁도 없고, 아픔과 슬픔도 없는 나라, 그 나라만이 우리가 영원히 머물 나라입니다. 거기에만 우리의 마음을 둘 수 있습니다.